나루지기는 칼집을 빼려고 내 손목을 비틀었다.
나는 그의 손을 떼어 내며 발을 옆으로 옮겼다. 칼집이 받침에서 미끄러졌다. 손잡이가 다시 내려오기 전에 어깨로 밀어 멈췄다.
“밖의 사람들이 다 나왔다는 신호가 아직 없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럼 왜 막습니까. 기다리면 되는데.”
“기다리면서 잠그는 것과, 나올 때까지 열어 두는 건 다릅니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내 어깨를 밀었다. 나는 바퀴 옆으로 물러났다. 바닥의 틈에 발이 걸릴 뻔해 몸을 낮췄다.
나루지기는 여기서 움직이는 데 익숙했다. 내가 피해 간 낮은 줄을 그는 보지도 않고 넘었다. 반대쪽 손잡이에 손을 뻗었다.
나는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다시 잠그지 마십시오.”
그가 나를 노려봤다.
나루지기가 내 칼집을 움켜쥐었다. 새 천 아래로 피가 배어 나왔다. 사람을 건져 올리고도 떨리던 손이었다. 이번에는 그 손이 닿을 곳부터 막았다.
나루지기가 내 칼집을 손으로 눌렀다.
“연이 평생 아픈 다리로 살아야 합니다.”
그가 말했다.
“이걸 끊으면 그건 그대로입니다.”
나는 손잡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압니다.”
“뭘 압니까. 길동 씨는 며칠 같이 있었을 뿐입니다. 밤마다 아파서 깨는 걸 본 적 있습니까?”
나는 답하지 못했다.
그가 더 가까이 왔다.
“오래 서 있으면 웃으면서 앉습니다. 남들이 미안해할까 봐 먼저 괜찮다고 합니다. 나는 그걸 매번 봤습니다.”
그 목소리에 분노만 있지는 않았다. 지켜보다가 대신 아파 줄 수 없었던 사람의 막힌 숨이 있었다.
“고칠 수 있는데 안 고치는 아버지가 되라는 겁니까?”
나는 연이 주방에서 의자를 내밀던 모습을 떠올렸다. 낫고 싶다고 말하던 얼굴도. 그의 말이 전부 거짓이면 막기가 쉬웠을 것이다.
“찾는 걸 그만두라는 뜻은 아닙니다.”
내가 말했다.
“지금 여기 있는 연 씨의 대답을 없애지 말라는 겁니다.”
나루지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몰라서 그렇게 말한 겁니다.”
그가 다시 손잡이를 당겼다.
나는 그의 팔을 감아 틀었다. 힘으로 꺾어 다치게 하기보다 손잡이에서 떨어뜨리려 했다. 그도 몸을 돌려 내 팔꿈치를 밀었다. 둘이 바퀴 옆으로 비틀거리며 움직였다.
발밑의 작은 고리가 달그락거렸다.
나는 그걸 밟지 않으려고 발을 넓혔다. 그 사이 그가 어깨로 나를 쳤다. 숨이 턱 막혔다. 상처가 있는 등이 나무 기둥에 부딪쳤다.
나는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입으로는 쉬운 말을 하면서 몸이 먼저 밀리고 있었다.
문밖에서 작업자가 소리쳤다.
“오른쪽 낮은 발판은 밟지 마세요! 걸쇠가 내려갑니다!”
나는 들었던 발을 거뒀다. 나루지기는 그 발판으로 나를 밀고 있었다.
나는 기둥을 짚고 바깥으로 몸을 돌렸다. 그의 힘이 빈 쪽으로 쏠렸다. 이번에는 내가 그의 손목을 잡고 손잡이에서 떼었다.
“그 장치는 다 알고 계시군요.”
내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내가 지켜 온 곳입니다.”
나루지기가 답했다.
“그래서 더 멈추셔야 합니다.”
그가 내 팔을 밀었다. 나는 밀린 만큼 물러서되 문틀을 등지지 않았다. 칼을 뽑아 위협하면 조금 쉬워질지 몰랐다. 그러나 이 좁은 곳에서 베는 순간 누가 어느 손잡이를 놓칠지도 알 수 없었다.
나는 칼집을 가로로 세웠다. 금 간 끝은 쓰지 않았다. 가죽끈으로 묶은 부분이 조금 삐걱거렸지만 내가 쥔 가운데 부분은 버텼다.
나루지기의 팔이 걸렸다.
나는 그를 기둥 쪽으로 밀고 손잡이 사이에 몸을 넣었다.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자 손가락 끝이 저렸다.
그가 더 버둥거리지는 않았다. 대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래 나루의 집들은요.”
나는 잠깐 멈췄다.
“길동 씨가 고친 문도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모은 짐도. 물이 내려가면 못 되찾을 것이 생깁니다.”
그는 내 표정을 보고 말을 이었다.
“여기를 마치면 그런 손실까지 돌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 말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노인이 그릇을 고르던 손이 떠올랐다. 가져갈 것을 정하면서도 괜찮지 않다고 말하던 얼굴. 나도 다시 열고 싶었던 주방의 문.
내가 막으면 그 손실은 남는다.
나루지기가 내 어깨의 힘이 풀리는 것을 알아챘다.
“이곳에 남으십시오. 사람들이 길동 씨를 좋아합니다. 방도 있고 할 일도 있습니다. 내가 길을 고치면 함께 지키면 됩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봤다. 처음 도착했을 때라면 듣고 싶었을 말이었다.
“그 방에서 나가고 싶어지는 날에는요?”
나루지기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막고 있는 그의 팔에도 힘이 빠지지 않았다.
밖에서 배가 발판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그는 그쪽을 보고 낮게 말했다.
“연도 한 번쯤은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봤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의 손을 더 낮게 눌렀다. 조금 전까지 내게 내주겠다던 방에는, 나가도 되는지에 대한 답이 없었다.
“저도 그곳에 있고 싶었습니다.”
내가 말했다.
나루지기의 시선이 내 얼굴에 멎었다.
“창고를 같이 고치던 분이 내일도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문 고치면 밥을 더 준다고요. 그런 말을 들으려고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손의 힘을 조금 풀었다.
“그러면 알겠군요.”
“예. 지키고 싶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저분들이 고른 짐을 다시 제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잃은 게 싫다고 다른 사람의 날을 대신 고르지는 않겠습니다.”
내 말이 아주 반듯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숨이 차서 중간을 끊었다. 할 말을 다 갖추기 전에 그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나는 팔을 막았다.
나루지기가 팔꿈치를 안으로 접어 내 손아귀를 빠져나가려 했다. 나는 그가 움직이는 쪽을 따라 발을 옮겼다. 바퀴와 기둥 사이가 좁아 허리를 바로 펼 수 없었다.
그는 몸을 낮춰 줄을 잡으려 했다. 내가 칼집으로 손목 앞을 가로막자 손을 바꿨다. 한 손을 막았다고 끝나지 않았다. 나는 아예 그의 몸과 손잡이 사이에 무릎을 넣었다.
목 안에서 거친 숨이 났다. 둘 중 누구의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나루지기의 손톱이 내 팔을 긁었다. 나는 그 손을 힘껏 꺾을 수 있는 각도를 잡았다가 멈췄다. 대신 팔을 기둥 옆으로 누르고 발로 손잡이의 움직임을 받쳤다.
손잡이가 내 발을 눌렀다. 나는 버티면서 문밖의 전달자를 불렀다. 칼을 뽑으려면 지금 잡은 팔을 놓아야 했다. 그보다 먼저 받을 손이 필요했다.
전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걸쇠를 한 번 더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뒤꿈치를 바닥에 붙였다. 여기서 발을 빼면 그가 도착하기 전에 손잡이가 내려간다.
나루지기는 이를 악물었다. 다시 나를 밀려다가 문밖의 사람들을 봤다. 작업자와 전달자가 줄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 말을 들으면서도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내가 먹여 살린 사람들입니다.”
그가 말했다.
문밖의 작업자가 고개를 들었다.
“저도 일을 했습니다.”
짧은 답이었다.
나루지기는 그를 봤다. 나는 그 틈에 그의 손목을 더 낮게 눌러 기둥에 붙였다. 그가 다시 손잡이에 손을 뻗지 못하도록.
작업자는 다시 줄을 눌렀다. 나루지기는 그의 쪽을 보려다 내가 잡은 팔에 막혔다.
나는 나루지기의 팔을 묶을 짧은 줄을 가져오라고 전달자에게 말했다. 그는 버팀줄이 걸쇠에 제대로 걸린 것을 다시 확인하고 들어왔다.
“한쪽 손부터 받으십시오.”
내가 말했다.
둘이서 움직이자 나루지기의 저항이 줄었다. 그를 낮은 자리에 앉히고 손잡이와 거리를 벌렸다. 넘어져 물에 닿지 않도록 받칠 곳도 있었다.
나는 마지막까지 그의 손을 봤다.
나루지기는 묶인 손목보다 문밖을 먼저 봤다.
“연은 아래에 있습니까?”
“예. 사람들과 남았습니다.”
“여기에 안 왔군요.”
나는 그의 얼굴을 봤다. 그가 딸의 결정을 어디까지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살아서 돌아오시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가 눈을 들었다.
“그래도 하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그 말까지 전하겠습니다.”
나루지기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묶인 손이 무릎 위에서 움찔했다. 나는 그 앞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바깥에서 불빛 하나가 높아졌다.
나는 기둥 사이로 이순신의 배를 봤다. 동쪽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를 다시 전해 오고 있었다.
서쪽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는 아직 없었다. 조종실에서는 그쪽 표지가 보이지 않아 배에서 알려 주기를 기다려야 했다.
나루지기가 그것을 보고 웃음도 아닌 숨을 내쉬었다.
“늦습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시계부터 보고 싶은 것을 참고 배의 등불을 봤다. 조금 전까지 안심했던 내가 우스울 만큼, 신호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에 속이 탔다.
나는 조종실의 차단 자리를 확인했다. 마지막에 끊을 연결과, 지금 손을 대면 안 되는 버팀줄이 구별돼 있었다. 칼집을 허리에 돌려 걸고 칼을 뽑았다.
문밖의 작업자가 내게 물을 건넸다.
“손에 흘리지 마십시오. 칼을 쥐어야 하니까.”
나는 칼을 발치의 마른 돌 위에 놓고 물병을 받았다. 한 모금 마신 뒤 병을 내려놓고 손바닥의 피와 물기를 천으로 닦았다. 다시 칼자루를 쥐어 봤다. 어깨는 아팠지만 칼을 놓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 이순신의 배에서 서쪽도 준비됐다는 신호가 올라왔다.
낮게 흔들리다가, 똑바로 섰다.
나는 그 불빛을 놓치지 않고 봤다. 이곳 밖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몫을 하고 있었다.
나루지기가 몸을 일으키려 했다. 전달자가 그의 어깨를 받쳐 다시 앉혔다. 더는 손잡이에 닿을 수 없었다.
문밖의 작업자는 묶어 놓은 버팀줄을 지키고 있었다. 안에 들어온 전달자와 자리가 바뀌었어도, 빈 채로 버려 둔 자리는 없었다. 나는 그 손과 걸쇠를 마지막으로 보고 가운데로 몸을 돌렸다.
나는 조종실의 마지막 연결 앞으로 갔다.
지금 손에 쥔 칼로 해야 할 일은 사람을 베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