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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of Yuldo · Episode 2 · Korean original

돌아오는 쪽은 맡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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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아래에서 물이 솟았다.

조금 전까지 밟고 내려온 계단도, 그 너머의 갑판도 없었다. 젊은 선원이 내 어깨를 더 세게 붙잡았다.

“어디로 갑니까?”

나도 그걸 알고 싶었다.

문 위로 손이 내려왔다.

“줄을 내밀어라!”

검은 옷의 사내였다. 문 옆에 남은 굵은 들보에 몸을 걸친 채, 한 손으로 기둥을 붙잡고 있었다. 발 디딘 나무가 물이 밀릴 때마다 들썩였다.

갑판 대신 저 들보를 디뎌야 했다.

“사람부터 받으십시오!”

나는 선원에게 맨 줄의 남은 끝을 위로 던졌다. 사내가 받았다. 반대쪽은 멀리 우리 배까지 이어져 있었다.

선원을 문턱에 기대 세웠다. 그가 다친 발을 바닥에 대려다 비명을 삼켰다.

“그 발은 쓰지 마십시오. 제 어깨를 밟으세요.”

“그러면…….”

“오늘만 빌려드립니다.”

몸을 낮췄다. 성한 발이 어깨를 눌렀다. 창고 입구 옆 들보에 버틴 분신이 선원의 팔을 잡아 끌어 올렸다. 사내는 기둥에 몸을 기대고 줄이 엉키지 않게 받쳤다.

반쯤 올라갔을 때 배가 다시 기울었다.

선원의 손이 문틀에서 미끄러졌다. 그의 몸이 내 쪽으로 내려왔다. 나는 그의 허리를 밀며 몸을 버텼다.

“잠깐!”

분신이 발을 고쳐 디뎠다. 선원의 허리띠가 문턱에 걸려 있었다. 사내가 성한 손을 뻗어 허리띠를 빼냈다.

“셋에 밀겠습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둘, 셋!”

어깨로 밀어 올리자 분신이 선원을 당겼다. 사내가 줄을 짧게 잡으며 그를 들보 쪽으로 이끌었다.

내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

물속에서 벽을 더듬다가 문틀을 잡았다. 숨을 들이마실 때 젖은 옷자락이 입에 달라붙었다.

겨우 고개를 내밀었다.

우리 배는 더 멀어져 있었다. 문 아래에 있는 내 모습이 저쪽에서도 보일지 알 수 없었다.

분신이 선원의 등을 받친 채 빈손을 들었다. 우리 배의 막내가 손을 흔들었다. 줄을 잡은 사람들이 자세를 낮췄다.

사내가 두 배 사이의 물살을 살폈다. 나는 문틀을 잡고 몸을 끌어 올렸다. 분신이 버티는 동안 내 팔까지 무거워졌다.

당기라고 외치려는데 사내가 손을 들어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발밑에서 나무가 꺾였다.

사내가 입을 열었다.

“선장! 지금 보내겠소!”

들보가 물에 닿는 순간, 분신이 부상자를 바깥으로 밀어 냈다. 사내가 줄을 놓아 주고 맞은편에서 당겼다.

젊은 선원의 몸이 물 위로 빠져나갔다.

널판을 물에 띄워 받친 우리 배 선원들이 그를 끌어 올렸다. 품 안의 밥주머니가 보였다. 이어 맨발이 난간 너머로 사라졌다.

살았다.

분신은 빈 들보 위에서 나를 돌아봤다.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내 손도 문틀을 더는 꽉 쥐기 어려웠다.

부상자가 배 안에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분신을 거뒀다. 팔이 조금 가벼워졌지만 지친 몸까지 돌아오지는 않았다.

“다음은 너다.”

사내가 말했다.

“돌아오는 쪽은 맡겼습니다. 같이 가셔야죠.”

“그러려면 네가 먼저 건너가야 한다.”

널판을 오가게 하던 줄이 아직 높은 기둥에 묶여 있었다. 그 줄을 타고 내가 먼저 건넌 뒤, 배에서 그를 당겨야 했다.

나는 기둥 옆으로 올라갔다. 아래에서는 물에 잠긴 화물이 서로 부딪쳤다.

“배에 닿으면 받겠습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줄을 붙잡고 바다로 내려갔다. 바닷물이 목까지 차올랐다. 양팔로 버티며 발로 물을 찼다. 맞은편 선원들이 줄을 팽팽히 잡아 주었다.

난간에 손이 닿자 두 사람이 팔을 끌었다.

배 안으로 굴러들어 오자마자 돌아섰다.

검은 옷의 사내는 기둥의 매듭을 풀고 있었다.

“조금만 버티십시오!”

내가 줄을 잡았다.

그는 남은 끝으로 제 몸을 받쳐 맸다. 다친 팔을 쓰지 않으려 했지만 매듭을 조일 때는 결국 두 손이 필요했다.

선체가 크게 흔들렸다.

그의 모습이 난간 아래로 사라졌다.

내가 줄을 당겼다. 옆의 선원도 함께 당겼다. 팽팽해진 줄이 부서진 난간에 걸렸다.

“잠깐! 줄이 난간에 걸렸어!”

우리 선장이 외쳤다.

이를 악물고 손을 멈췄다.

사내가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성한 팔로 줄을 들어 난간에서 벗겨 내자 선장이 다시 당기라고 외쳤다.

내 손바닥이 쓸렸다. 그가 난간에 닿았을 때 나는 팔이 아니라 젖은 옷의 등판을 움켜쥐었다.

이번에는 내가 끌어 올렸다.

우리는 나란히 바닥에 넘어졌다.

둘 다 한동안 기침만 했다. 말을 하기에는 바닷물을 너무 많이 먹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내가 숨을 골랐다.

그가 젖은 소매를 눌렀다.

“조금만 빨랐어도 그랬겠지.”

나는 그를 쳐다봤다.

사내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한마디도 안 지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웃음이 나왔다.

뒤에서 사람들이 이름을 불렀다. 대답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그를 부를 때는 호칭이 달랐다.

“장군님!”

사내가 손을 들었다.

“여덟입니다!”

손에 헝겊을 감은 사공이 목이 쉬도록 말했다. 그는 침몰한 화물선의 선장이었다. 선장 자신을 포함한 여섯, 발을 다친 젊은이, 그리고 이 사내.

맞은편 배를 살피자 아까 내가 서 있던 높은 곳이 물에 잠겼다.

아직 붙잡고 있던 줄을 놓았다.

“저는 이름까지 말씀드렸는데.”

내가 말했다.

“어른은 그냥 ‘거기’라고 부르기도 어렵습니다.”

그가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앉았다.

“이순신이오.”

나는 그 이름을 속으로 한 번 되풀이했다.

말을 보태기 전에 우리 선장이 마른 천을 던졌다.

“소개는 다 끝났소? 둘 다 좀 앉아 계시오. 살아난 사람이 다시 쓰러지면 내가 곤란하오.”

이순신은 천을 받았다가 다른 선원에게 내밀었다. 선장이 그 손을 다시 밀어 돌려놓았다.

“그 사람 몫도 있소.”

그제야 자기 팔을 감았다.

나는 숨을 고르며 바다를 봤다.

노란 불 하나가 안개 속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가운데가 갈라진 바위, 끝이 찢어진 붉은 천.

“선장님.”

우리 선장이 난간의 금을 보았다.

선장도 말이 없었다.

이순신은 바위보다 물 위의 널판을 보고 있었다. 침몰한 배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었다. 바위 곁으로 밀려가던 널판 하나가 옆으로 돌았다.

뒤따르던 조각 둘도 같은 쪽으로 빠져나갔다.

“저쪽으로 물이 나가고 있소.”

이순신이 가리켰다.

“저쪽으로 돌릴 수 있겠소?”

선장이 노를 잡은 사람들에게 외쳤다.

배가 돌았다. 나도 빈 노 하나에 붙었다. 손바닥이 아팠지만 쉬고 싶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같은 등불을 다섯 번 보는 건 사양이었다.

물살이 배 밑을 밀었다.

노란 불이 뒤로 멀어졌다.

이번에는 정말로 멀어졌다.

얼마 뒤 안개 너머에서 생선을 사라는 외침이 들렸다. 사람 사는 소리가 반가웠다.


항구에 닿았을 때는 하늘 끝이 밝아지고 있었다. 우리가 향하던 율도의 항구였다. 기와지붕과 짐꾼들만 보면 내가 떠나온 포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원을 부르러 사람이 뛰었다. 이순신은 화물선 선장과 함께 다친 이들을 먼저 보냈다. 젊은 선원은 두 사람에게 부축을 받으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형님!”

밤새 사람을 구하고 나니 갑자기 아우가 생겼다.

그가 품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같이 드실래요?”

밥은 물을 먹어 덩이가 풀려 있었다. 몇 번이나 묶인 매듭도 바닷물까지 막지는 못했다.

“그건 누이께 보여 드리십시오.”

“혼납니다.”

웃어 주려던 참이었다. 그가 주머니를 다시 묶으며 물었다.

“누이가 아직 부두에서 기다릴까요?”

“집이 어딘지 말씀하세요. 사람을 보내 달라고 하겠습니다.”

그가 골목 이름을 두 번 말했다. 부축하던 선원에게 그 이름을 전하자 내 소매를 놓았다. 몸을 옮길 때는 여전히 얼굴을 찡그렸다. 다친 발은 땅에 닿지 못했다.

나는 그들이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봤다.

허리에 손을 대자 칼집이 만져졌다. 끝이 갈라져 있었다. 칼은 멀쩡했다.

보따리는 더 멀쩡했다.

우리 배 막내가 갑판에서 건네주며 말했다.

“높은 곳에 올려 두셨길래 귀한 건 줄 알았습니다.”

“귀합니다. 제 전 재산입니다.”

젖은 손을 닦을 곳을 찾다가 부두 끝에서 천을 내미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옆에는 공구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사내는 나루 방향을 가리키는 낡은 나무판을 고치는 중이었다.

“손부터 닦아요. 마른 천이에요.”

“빌려주시는 겁니까?”

“네. 다 쓰면 말려서 돌려줘요.”

나는 천을 받았다.

사내가 못을 잡고 망치를 들다가 나를 봤다.

“한 발만 옆으로요. 못이 튈 수도 있어요.”

나는 천으로 손을 닦으며 물러섰다.

나무판 아래에는 불이 꺼진 등불이 걸려 있었다. 저 노란빛이 생각났다. 나는 네 번 지나친 바위를 이야기했다.

사내는 망치를 내려놓고 갈라진 바위의 모양부터 물었다.

“서로 다른 불을 본 건 아니고요?”

“천이 똑같이 찢어져 있었습니다.”

그가 나무판 뒷면을 한번 살폈다.

“그 바위에는 등불이 하나뿐이에요. 옆 바위에는 없고요.”

“그럼 무엇이 잘못된 겁니까?”

“불보다 길 쪽을 살펴야겠네요. 선장님께도 들어 봐야겠고요.”

“이런 일을 하십니까?”

나는 등불을 가리켰다.

“네. 불 꺼지면 혼나는 일.”

그가 나무판을 반듯하게 세웠다.

“제가 맡은 건 이 등불과 표지예요.”

빌린 천은 마르면 부두 기둥에 걸어 두라고 했다.

이름은 묻지 못했다.

뒤에서 우리 선장이 나를 불렀다.

널판 위에 남은 짐을 치우는 중이었다. 사람이 올라타기 전에 내려놓았던 작은 꾸러미 하나가 널판 틈에 끼어 그대로 따라왔다고 했다.

나는 그 천을 기억했다. 검은 옷의 사내가 짐부터 놓으라 했을 때 떨어진 것이었다.

화물선 선장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짐이 아니오.”

“그쪽 배에서 건져 왔는데요.”

“그렇다고 내가 싣지 않은 짐이 내 짐이 되나.”

맞는 말이라 반박하기 어려웠다.

작은 자루에는 흙 묻은 나무패가 달려 있었다. 항구 관리가 패를 뒤집더니 이순신을 불렀다. 그는 젊은 선원을 의원에게 인계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팔에는 새 천이 감겨 있었다.

“고려 교환소 표식입니다.”

“고려라고요? 조선이 서기 전의 그 고려 말입니까?”

나는 패보다 관리의 얼굴을 봤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화물선 선장이 대답했다.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 여기에도 있네. 그 사람들이 모여 사는 땅을 고려라고 부르지.”

“율도 안에요?”

“그래. 이 항구는 조선 사람들의 땅이고.”

이름만 옛 나라에서 따온 줄 알았다. 선장은 그런 뜻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이걸 보낸 사람도 고려 사람입니까?”

“그건 표를 봐야 알지. 자루만 그쪽에서 왔을 수도 있고.”

선장은 관리에게 운송표도 있는지 물었다. 나는 관리가 들고 있는 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순신이 자루를 받쳐 들며 선장에게 물었다.

“우리가 살핀 나루에서 다른 짐을 받지는 않았소?”

“안 받았습니다. 어제 거기서 바로 돌아왔지요.”

나는 두 사람의 말을 따라가려 애썼다.

“어느 쪽 나루였습니까?”

“이쪽 조선 땅이네. 새 선착장을 살피고 곡식 배로 돌아오던 길이었지.”

선장이 짐을 가득 실은 배도 무리 없이 댈 수 있는지 봐 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관리가 운송표를 가지러 뛰었다. 이순신은 자루를 땅에 내리지 않고 빈 널판 위에 올려 두었다.

자루에서 떨어지는 물을 보며 나는 방금 들은 말을 되짚었다. 그 사람들이 사는 쪽으로 가면 직접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인가.

이순신이 부두 끝 골목을 가리켰다.

“저 집에서 밥부터 먹게. 나는 이것만 확인하고 가겠네.”

“이번에는 어른도 드셔야 합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관리가 간 쪽을 보고 있었다.

나는 보따리를 들었다.

두 걸음도 못 갔을 때, 한 여자가 사람들 사이로 들어왔다.

그녀는 젖은 자루를 보자마자 치맛자락을 걷어 붙였다.

“누가 이걸 물에 담갔어요?”

나는 하마터면 바다를 가리킬 뻔했다.

여자는 자루의 물기를 손끝으로 만지고, 묶인 끈을 살피더니 얼굴을 굳혔다.

“이건 아직 고려에 있어야 하는데.”

End of episode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