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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도의밤 · 19화

되돌아오는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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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자국에는 오른쪽 뒤꿈치가 조금 비어 있었다.

진흙을 밟을 때 신발 밑에 붙은 돌 때문이었다. 나는 그 자국을 내려다보다가 발을 들어 밑창을 봤다. 돌은 아직 붙어 있었다.

“우리가 남긴 게 맞습니다.”

바리데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마른 나무 아래에 작은 돌 셋을 놓았다. 그 옆에 지나온 쪽을 향해 가지 하나를 눕혔다.

“한 번 더 걸어 볼게요. 이번에는 나무를 오른쪽에 두고요.”

나는 앞서지 않고 바리데기 뒤를 따랐다. 작업자가 등불을 들고 마지막에 왔다. 허리에 묶은 줄은 나무 근처까지 곧게 이어졌다가, 우리가 돌아 나오자 같은 자리에 느슨하게 쌓여 있었다.

줄까지 걸어온 만큼만 뒤따라 나왔다.

바리데기는 그 줄을 당겨 보지 않았다. 나무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무릎을 굽혔다.

“새로 겹친 길이 이쪽으로 돌아 붙은 것 같아요.”

“반대로 가면 빠져나옵니까?”

“그건 아직 몰라요.”

그녀가 일어섰다.

“사람들부터 찾아서 어디를 걸었는지 들어 봐요.”

나는 벌써 반대쪽으로 향하던 발을 거뒀다. 나무 아래의 돌 셋이 아까도 그랬다는 듯 놓여 있었다.


일곱 사람은 나무 뒤의 낮은 담 옆에 있었다.

남색 치마를 입은 여자가 우리가 오는 것을 보고 일어났다. 나는 먼저 남편이 바깥에서 기다린다는 말을 전했다.

그녀가 가슴에 손을 얹었다.

“못 나간 줄 알았어요. 이쪽으로 다시 오지 않아서.”

“나가셨습니다. 나오는 분들을 확인하고 계십니다.”

다른 사람이 달려와 내 팔을 잡았다.

“저 뒤로 가면 다시 여기예요. 옆으로 올라가도 내려오면 여기고.”

말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누구는 나무를 오른쪽으로 봤고, 누구는 물소리를 따라갔다고 했다. 나는 무엇부터 들어야 할지 몰라 사람들의 얼굴만 번갈아 봤다.

바리데기가 물병을 가운데 놓았다.

“목마르신 분부터 드세요. 한 분씩 같이 확인할게요.”

그녀는 조금 전 다녀온 길을 손가락으로 그렸다. 사람들에게 자기 발자국이 남은 곳을 짚어 달라고 했다.

모두 같은 곳을 맴돌았으니 본 것도 같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한 여자는 낮은 돌담 끝에서 물을 건넜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거기가 말라 있었다고 했다.

“언제 걸으셨어요?”

바리데기가 물었다.

첫 사람은 한참 전, 두 번째는 우리가 들어오기 직전이었다. 같은 자리가 그 사이 달라졌다.

“저쪽 틀이 계속 끌어당기고 있어요.”

작업자가 담 아래 팽팽해지는 줄을 봤다. 안쪽 걸쇠로 잠깐 넓힐 수는 있어도, 여기서만 풀면 통로가 눌린다고 했다. 사람부터 내보내야 했다.

“일곱 분은 여기 함께 계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한 노인이 손가락을 펴며 일행을 세었다. 둘은 안쪽 작업장에 들어갔고, 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놓치지 않으려고 이 담 옆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누가 먼저 왔는지까지 기억했다. 나는 그의 말을 따라 일곱 얼굴을 익혔다. 두 번 돌아온 사내를 두 사람으로 세어서는 안 됐다.

한 젊은 사내가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내 허리의 줄을 보면서도 손을 뻗지는 않았다.

“잠깐 쉬게 해 준다고 했는데.”

그가 말했다.

“밥도 얻어먹고 잠도 재워 줘서,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잠깐 망설였다. 우리도 이 나루에서 밥을 먹었고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고마운 것과 나가고 싶은 건 같이 있어도 됩니다.”

내가 답했다.

“저도 그 밥을 먹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여러분이 나오셔야 합니다.”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우리가 내미는 줄을 받아 옆사람에게 넘겼다. 작은 행동이었지만 더는 무릎을 끌어안고만 있지 않았다.

바리데기는 말없이 담 끝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녀 옆에서 땅을 봤다. 진흙 위의 발자국들이 어긋나 겹쳐 있었다. 바리데기는 그중 하나에 손을 가까이 댔다가 멈췄다.

“여기는 돌아온 느낌이 아니에요.”

그녀가 낮게 말했다.

“이쪽으로 나아가던 흔적이 남아 있어요. 물가로 가던 길하고 닮았어요.”

“그대로 가도 됩니까?”

“짧게 가서 봐야 해요. 먼저 사람들께 확인하고요.”

바리데기가 돌담을 건넜다는 여자에게 손짓했다.

“여기서 어느 쪽으로 가셨어요?”

여자가 바리데기의 손이 가리키던 바로 옆을 짚었다.


우리는 주민들을 잠시 담 옆에 남겨 두었다.

바깥까지 이어진 줄은 지나온 자리에 남겨 뒀다. 작업자가 메고 온 여분의 줄을 풀어 주었다. 나는 그것을 단단한 돌기둥에 걸고 허리에 묶었다. 바리데기가 앞에 섰고, 작업자는 뒤에서 줄이 닿는 곳을 봤다.

발밑에는 흙이 있었다. 그런데 세 걸음쯤 옮기자 발소리가 달라졌다. 흙을 밟는 소리 아래에 나무판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숨을 고르고 발을 멈췄다.

바리데기가 몸을 낮췄다. 손을 뻗자 마른 흙처럼 보이던 자리 밑에서 낮은 널판 끝이 드러났다. 물새호를 찾으러 갔을 때 나타났던 갑판이 떠올랐다.

“보이는 것보다 아래에 길이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장대로 널판의 끝을 짚었다. 바리데기는 한 발씩 옮기며 우리가 갈 수 있는 폭을 확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 냄새가 가까워졌다.

돌담이 끝나는 곳에서 작은 선착장이 보였다.

그리고 배 한 척.

이순신이 배에서 우리를 보고 손을 들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이순신이 노를 잡은 채 눈썹을 올렸다. 그 얼굴이 이렇게 반가울 줄은 몰랐다.

“일곱 분이 바로 뒤에 있습니다!”

내가 외쳤다.

이순신은 선착장 발판을 짚었다.

“둘씩 내려오게 하게. 한 번에 몰리면 기울어.”

작업자가 담 옆으로 돌아가 주민들을 불렀다. 일곱 사람이 그를 따라 돌기둥 뒤까지 왔다. 나는 널판을 먼저 건너 어느 쪽을 밟아야 하는지 보여 주려 했다.

그때 발아래가 덜컥 울렸다.


널판이 가운데로 당겨졌다.

바리데기가 균형을 잃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뒤에서 작업자가 줄을 당겨 우리를 돌기둥 쪽으로 끌었다.

널판 옆에서 쇠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고정하던 작은 받침이 틈 안으로 기울고 있었다.

“서요! 뒤에 분들 움직이지 마세요!”

바리데기가 먼저 소리쳤다.

사람들이 멈췄다. 나는 바리데기를 돌기둥에 기대게 하고 무릎을 낮췄다. 금속 받침이 흔들릴 때마다 길의 폭이 손가락 한 마디씩 줄었다.

“어디를 받쳐야 합니까?”

작업자가 가리킨 받침 밑에 장대를 밀어 넣었다. 끝이 홈에 걸리자 둘이 함께 들어 올렸다. 그가 쐐기를 가져다 박는 동안 나는 장대를 버텼다. 손보다 등이 먼저 아팠다.

바리데기가 절뚝이며 다가왔다. 내가 그쪽을 보자 그녀가 장대 아래에 돌을 끼웠다.

“저 말고 앞을 봐요.”

내 팔이 내려갈 때마다 돌이 무게를 받았다. 마지막 쐐기가 박히는 소리가 났다.

길이 멎었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고 싶었지만 바리데기를 봤다. 그녀가 무릎의 흙을 털었다. 피가 조금 맺혔다.

“괜찮습니까?”

“걸을 수 있어요. 나중에 씻을게요.”

그녀는 주민들 쪽으로 돌아갔다.

“지금 이 널판만 따라와 주세요. 제가 먼저 갈게요.”

바리데기가 첫 널판 위에 발을 놓았다. 아까 부딪친 무릎이 조금 굽혀졌다.

“줄은 제가 잡았습니다.”

내가 말하자 그녀가 이쪽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돌기둥에 한 발을 받쳤다. 작업자는 쐐기 곁에 남았다.

첫 주민이 널판을 건넜다. 두 번째 사내는 발을 떼지 못했다. 바리데기가 손을 내밀자 그가 뒷걸음질했다.

“아까도 믿고 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사내가 그녀의 손을 피했다. 바리데기가 내민 손에도 흙이 묻어 있었다.

줄을 붙든 내 등에서는 땀이 흘렀다. 건너편이 바로 보이는데. 빨리 오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

바리데기는 손을 내렸다. 사내와 나란히 서서 건너편을 봤다. 나도 그 말은 삼켰다.

“그럼 같이 가요. 제가 뒤에서 줄을 잡을게요.”

“제가 먼저요?”

“앞에 가신 분처럼 널판 가운데만 밟아요. 멈추시면 저도 멈출게요.”

그녀는 사내가 디딜 자리에서 발을 뺐다. 한 손으로 줄을 잡고, 다른 손은 그가 원하면 붙잡을 수 있게 펴 두었다. 몸을 옮길 때 다친 무릎이 잠깐 떨렸다. 그래도 사내를 앞질러 서지는 않았다.

그는 한참 널판을 봤다. 나는 줄을 들고 기다렸다. 사내가 마침내 발을 올렸다. 바리데기는 그의 등을 밀지 않고 한 걸음 뒤에 따라붙었다.

건너편에서 손이 뻗어 왔다. 먼저 건넌 주민이었다. 사내는 그 손을 잡고 나서야 바리데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자기가 손을 내밀었다.


이순신의 배는 선착장 옆에서 계속 움직였다.

가만히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노로 물을 눌러 같은 자리를 지키는 중이었다. 사공이 줄을 받아 묶었다. 배에 함께 타고 온 연이 뱃전의 낮은 발판에 서서 사람을 내려받았다.

반대편 물가에는 정도전과 먼저 빠져나간 사내가 보였다. 남색 치마를 입은 여자가 배에 오르자 사내가 두 팔을 크게 흔들었다. 여자가 남편이라고 소리쳤다.

그녀는 그 손을 향해 몸을 내밀었다가 연의 말에 다시 앉았다.

“닿으면 일어나세요. 아직 배예요.”

나는 그 말에 웃었다. 연이 평소 하던 말투였다. 그래서 더 안심이 됐다.

배가 첫 사람들을 싣고 물러났다. 다음 왕복을 기다리는 동안 바리데기는 남은 사람들과 벽에 기대 앉았다. 무릎의 피가 마르기 전에 물을 조금 부었다. 내가 천을 내밀자 그녀가 받았다.

“아까 길을 잘못 찾은 건 줄 알았습니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바리데기가 천을 무릎 위에 눌렀다.

“저도요.”

그녀는 선착장을 봤다.

“길은 여기 있었어요. 그런데 붙잡아 두는 것이 움직이고 있었죠. 그건 저 혼자 못 봤어요.”

나는 뒤쪽의 작업자를 봤다. 그는 아직 쐐기 곁에 앉아 있었다. 우리 시선을 알아채고 버티고 있다는 뜻으로 손을 들었다.

바리데기가 일어났다.

“다음 분들 모셔 올게요.”

해가 기울어 갈대 그림자가 길게 들어왔다. 배로 향하던 노인이 나무 쪽을 돌아봤다. 그러고는 허리를 펴고, 앞으로 걸었다.

다만 길의 받침에서 아직 소리가 났다.

나는 손에 묻은 흙을 털고 장대를 고쳐 잡았다. 뒤에 남은 사람이 다 나올 때까지, 이 소리가 더 커지지 않게 해야 했다.

19화 끝

초기 원고 기준일 최종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