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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of Yuldo · Episode 26 · Korean original

내일 심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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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original · English translation is not yet avail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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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 전체는 못 지켜도, 한 사람이 건널 폭은 남겨야 했다.

자청비는 무너지는 비탈 앞에서 멈췄다. 위에는 짐을 끌던 작업자들이 있었고, 아래로는 물이 빠르게 흘렀다.

“저 수레 놔요. 안쪽으로 당기면 길까지 갑니다.”

그녀가 외쳤다.

부서진 둑에서 만난 두 사람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수레 하나를 더 살리려다가 사람 발밑을 놓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자청비는 둑 전체를 보다가 손바닥으로 좁은 구간을 짚었다. 수레가 들어갈 수 없는 폭이었다. 작업자 하나가 짐을 돌아보자 그녀가 다시 말했다.

“사람만요. 지금은 그만한 길도 겨우 붙들 수 있어요.”

그제야 그가 수레 손잡이를 내려놓았다. 자청비는 그가 빈손으로 오는 것을 보고 뿌리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로만 건너요. 양옆은 밟지 말고.”

그녀는 비탈에 남은 버드나무 뿌리를 잡았다. 물에 씻겨 뿌리의 한쪽이 드러나 있었다.

가느다란 가닥들이 움직였다.

나는 자청비가 짚는 곳에 돌을 받쳤다. 큰 돌은 흙을 더 밀어냈다. 납작한 것으로 바꾸자 뿌리가 그 틈을 감았다. 어떤 것을 가져와야 할지 알았다.


머리 위에서 쇠가 내려앉는 소리가 났다. 조종실 옆의 작은 문이 닫히자, 그쪽으로 가던 작업자들이 서쪽 둑으로 돌아왔다.

“저긴 왜 막습니까!”

누군가 위를 향해 외쳤다. 난간 안으로 나루지기의 소매가 사라졌다. 둑 앞에서 돌아온 작업자가 이를 악물었다.

“안으로 돌아와서 기다리라는 겁니다. 저쪽 길을 잠갔어요.”

나는 위로 달려가려다가 다른 수레에 묶인 손을 봤다.

작업자 하나가 수레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수레에는 쇠 부품과 공구들이 실려 있었다. 그의 손에 줄이 감겨 있었다. 놓으면 물건만이 아니라 자기 몸까지 끌려갈 것 같았다.

나는 줄을 자르기 전에 그의 손목을 봤다.

“힘 빼지 말고 그대로 계십시오.”

서쪽을 맡은 분신을 불렀다. 녀석은 잡고 있던 줄을 바로 곁의 말뚝에 두 번 감아 고정하고 내게 왔다. 수레 줄의 다른 부분을 받아 들자, 작업자의 손목에 감긴 줄이 느슨해졌다. 나는 꼬인 것을 풀어 사람의 손부터 뺐다.

“이제 놓습니다.”

수레가 기울며 비탈 아래로 미끄러졌다. 물이 튀었다. 작업자는 제 손을 가슴에 붙들고 서 있었다.

“다시는 저걸 못 구할지도 모릅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물에 잠기는 수레를 봤다.

“다른 사람이 찾아 주길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찾을 사람이 없어지는 것보다는요.”

그는 물에 잠긴 수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옆사람의 보따리가 어깨에 닿자 그제야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자청비가 무릎을 조금 낮췄다. 뿌리들이 흙을 감쌌다. 그러나 끊어진 비탈이 저절로 새 땅이 되지는 않았다. 빈 곳에는 우리가 돌과 흙을 넣어야 했다.

“이쪽 손 남은 분!”

내가 불렀다.

공구를 든 사람들이 다가왔다. 나는 흙바구니를 옆 사람에게 넘겼다. 그가 다음 사람에게 건네자 길게 늘어선 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신은 말뚝에 묶어 뒀던 줄을 다시 잡았다. 나는 돌을 쌓았다. 자청비는 뿌리의 힘이 닿는 곳을 짚었다. 작업자들은 자기 발로 다녔던 땅의 약한 부분을 알려 줬다.

한 사람씩 건널 좁은 길이 조금씩 이어졌다.

뒤에 선 사내가 자기 짐을 머리 위로 들었다. 앞사람에게 걸리지 않으려는 모양이었다. 자청비가 그를 불렀다.

“높이 들면 몸이 흔들려요. 여기로 넘겨요.”

나는 그 짐을 받아 옆의 작업자에게 건넸다. 사내는 빈손으로 줄을 잡고 건넜고, 짐은 우리 손을 따라 따로 넘어갔다. 자청비는 뿌리를 놓지 않은 채 다음 사람도 짐부터 넘기게 했다. 좁은 길 앞에서 멈추는 시간이 줄었다.

나는 다음 보따리를 받아 내려놓으며 그녀를 봤다.

사람들이 한결 빨리 건넜다. 나는 막힌 곳만 들여다봤는데, 자청비는 그 앞에서 왜 멈추는지까지 보고 있었다.

그녀가 내 시선을 알아채고 턱을 들었다.

“감탄은 다 건너고 해요. 다음 짐 와요.”

나는 얼른 두 손을 폈다.


바리데기는 앞에서 전부를 이끌지 않았다.

수문 안쪽에서 나오는 길은 여러 갈래였다. 그녀는 현지 길잡이들을 나눠 세웠다. 각자가 아는 구간의 끝에서 다음 사람에게 넘겼다.

한 길잡이가 안쪽으로 다시 가려 하자 바리데기가 붙들었다.

“거긴 다른 분이 보고 있어요. 여기서 나오는 얼굴을 확인해 주세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제 자리에 남았다.

길잡이는 발을 돌려 다음 사람을 불렀다. 바리데기는 그 대답을 듣고서야 안쪽으로 들어갔다.

정도전은 동쪽 선착장에서 작업자들을 나눠 받았다. 호위를 붙잡은 사람들은 따로 남아 있었다. 무기를 놓았다고 다시 일하는 사람들 속에 섞지는 않았다.

이순신이 배에서 신호를 들었다. 서쪽 길을 건너온 사람들은 돌턱 아래로 내려가면 배를 탈 수 있었다.

비탈 앞에서 멈추는 사람에게는 먼저 돌을 밟아 보이고 팔을 내밀었다. 한 사람을 건네면 다음 사람이 왔다. 이제는 뒤따르던 작업자들도 내가 발을 놓았던 돌 위에서 사람들을 받았다.


자청비의 손가락 끝이 희어졌다.

나는 물을 가져다주었다. 그녀는 마실 틈이 없다는 듯 턱으로 옆을 가리켰다.

“그쪽 흙부터요.”

나는 바구니 하나를 넘기고 다시 물병을 내밀었다.

“지금은 저분들이 받고 있습니다.”

그녀가 옆을 봤다. 작업자 둘이 빈 구간을 메우고 있었다. 자청비는 그제야 한 손을 놓고 물을 마셨다.

“제가 다 붙들어야 하는 줄 알았네요.”

그녀가 말했다.

“저한테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웃으며 답했다.

자청비는 나를 흘겨보다가 같이 웃었다. 웃는 동안에도 다른 손은 뿌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 제대로 배웠나 보군요.”

그녀가 물병을 돌려줬다.

작업자 하나가 내게 작은 천주머니를 가져왔다. 자청비의 바구니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입구가 풀리며 씨앗 몇 개가 손바닥에 굴렀다.

나는 얼른 모아 그녀에게 보여 줬다.

“흘린 건 다 주웠습니다. 어디에 둘까요?”

그녀는 내 손에 모인 씨앗을 확인하고 바구니 안쪽을 가리켰다. 뿌리를 쥔 손을 뗄 수는 없었다.

“그건 내일 이후의 몫이에요. 잃어버리지 않게 넣어 줘요.”

나는 씨앗을 도로 담고 주머니 입구를 두 번 묶었다. 바구니 안쪽에 넣어 보이자 자청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비탈을 보는 그녀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끝나면, 그 씨앗 심는 것도 보고 싶습니다.”

내가 말했다. 자청비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고만 가려고요?”

“일을 시키실 겁니까?”

“오늘처럼 돌부터 가져오진 말아요. 밭에서는 골라내야 하니까.”

그녀가 이를 악문 채 웃었다. 나는 발치의 납작한 돌을 내려다봤다. 오늘 그렇게 찾아 헤맨 것을, 그때는 함께 골라내며 투덜거릴 수 있으면 좋겠다.

“항구에 둔 것도 찾아야겠지요.”

“그럼요. 보관료까지 냈잖아요.”

나는 다음 흙바구니를 받았다. 자청비의 손끝은 여전히 떨렸다. 그녀가 씨앗을 심을 날까지, 이 길부터 버텨야 했다.


해가 낮아질 무렵 첫 분신이 돌아왔다.

동쪽을 맡았던 녀석이었다. 그는 어느 문을 열었고 누구에게 길을 넘겼는지 직접 말했다.

“동쪽 출구는 비웠다. 줄은 저기 푸른 두건 쓴 사람이 받았어. 남은 짐은 안쪽에 두고.”

그가 가리킨 사람이 손을 들었다. 인계를 확인하고 분신을 거뒀다.

허벅지의 피로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나는 돌에 손을 짚고 잠깐 숨을 골랐다. 싸우고 뛰고 줄을 잡은 몸의 몫이 한 번에 돌아왔다.

서쪽에서는 작업자 둘이 분신의 줄을 넘겨받았다. 분신이 손을 펴도 길은 움직이지 않았다. 녀석이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거두려는 순간 망설여졌다. 저 얼굴 하나만 남겨 두면 여기서 눈을 떼도 덜 불안할 것 같았다. 동쪽에서 돌아온 피로만으로도 다리가 떨리는데, 아직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줄을 받은 일꾼이 먼저 입을 열었다.

“힘이 모자라면 사람을 더 부르겠습니다. 저희가 잡고 있을 테니 가보십시오.”

곁의 일꾼도 돌에 발을 받쳤다. 나는 두 사람에게 줄이 밀리면 건너는 사람부터 멈춰 달라고 부탁했다. 대답을 듣고 나머지 분신을 거뒀다.

이번에는 어깨까지 힘이 빠졌다. 주저앉아 물을 마시는데 병이 떨렸다. 조금 전 으쓱하던 놈까지 내 몸으로 돌아와 앓는 기분이었다.

자청비가 제 바구니를 들어 올렸다.

“여기는 사람들이 맡을 수 있어요. 조종실로 가요.”

“아직 다 못 나왔습니다.”

“그래서 바리데기가 있잖아요. 저도 남아 있고.”

그녀는 물병을 내 허리에 걸어 줬다.

“길동 씨가 가야 할 자리도 남았어요.”

나는 길 아래를 봤다. 줄을 잡는 사람, 돌을 받치는 사람,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없으면 곧 무너질 장면이 아니었다.

그것을 확인하고 일어섰다.


조종실로 올라가는 작업자가 내 앞에 섰다.

그는 먼저 오르지 않고 내 걸음을 기다렸다. 내가 숨을 고르고 고개를 끄덕이자 낮은 발판을 짚어 줬다.

뒤에서 바리데기가 사람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다음 구간을 맡은 길잡이가 대답했다. 내 앞의 길에서는 나무와 줄이 팽팽해지는 소리가 났다.

작업자를 따라 올라갔다. 뒤에서 누군가 돌을 더 달라고 외쳤다. 나는 돌아서려던 발을 그대로 위에 디뎠다. 다른 사람이 돌을 받는 소리가 들렸다.

물 위에 오래전의 지붕 같은 것이 희미하게 겹치기 시작했다.

End of episode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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