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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of Yuldo · Episode 21 · Korean original

끊어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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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빈 길을 끊어야 했다.

사람들을 내린 뒤에도 서쪽의 나무틀은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통로를 같은 자리로 돌려보내고 있었다.

정도전은 나온 아홉 사람과 먼저 빠져나온 사내를 한 자리에서 확인했다. 작업장에 남아 있던 부부까지 서로 얼굴을 알아봤다. 바리데기는 안쪽에 다른 출입구가 있는지 작업자에게 다시 물었다.

“오늘 들어간 사람은 그분들이 다입니다. 두 분을 모셔 나온 작업장 말고 안쪽 문은 막혀 있고요.”

작업자가 대답했다. 그는 아까 우리와 같이 배에 오른 뒤 줄곧 손을 모으고 있었다.

나는 젖은 소매를 걷었다.

“그럼 이제 양쪽을 풀면 됩니까?”

그가 눈을 내렸다.

“제가 손대면, 제가 망가뜨린 게 됩니다.”

나는 그 말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방금 사람들이 갇혀 있었습니다.”

“압니다.”

그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저도 안에 있었습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소매에서는 아직 물이 떨어졌다. 그런데도 눈은 나루지기의 배가 떠난 쪽을 보고 있었다.


정도전이 작업자 옆에 앉았다.

“누가 시킨 일을 어디까지 했는지 말해 보시오.”

“말하면 죄가 없게 됩니까?”

작업자가 물었다.

정도전은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 약속을 할 권한은 없소. 하지만 시킨 일과 스스로 한 일, 알고 한 일과 몰랐던 일을 구별해서 듣겠소.”

“그러고 나루지기가 돌아오면요?”

떠나는 배를 막지 못했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작업자는 우리가 그와 함께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도전은 현지의 배를 맡은 사람을 불렀다. 오늘 일곱 사람을 먼저 내려 줬던 사공도 같이 왔다.

“이분이 통로를 끊는 일을 돕는 것을 여기 있는 사람들이 함께 확인합시다. 혼자 몰래 망가뜨렸다는 말이 남지 않도록.”

사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배에 탄 사람도 다 봤습니다. 사람이 나오게 하려고 버틴 것도요.”

작업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는 그가 앉은 돌 앞에 쪼그렸다.

“이걸 남겨 두면 또 갇힙니다. 아까 꺼낸 사람들에게 다시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혼자 남는 건…….”

“혼자 남겨 두지 않겠습니다.”

내 입에서 말이 나왔다. 정도전이 나를 봤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지금 도운 일을 제가 본 대로 말하겠습니다. 조사할 때도요. 여기 일을 마쳤다고 그냥 가 버리지는 않겠습니다.”

사공이 곁으로 와 섰다.

“난 여기 사람입니다. 나도 같이 말하지요.”

작업자는 나와 사공의 얼굴을 차례로 봤다. 한동안 맞잡고 있던 손을 풀고, 서쪽 길목을 가리켰다.

“바깥 두 표지를 같이 빼야 합니다. 가운데 줄은 그 뒤에요.”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어느 표지인지 보여 주십시오.”


우리는 다시 서쪽 길목으로 갔다.

주민들이 맴돌던 길 안으로 다시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담 밖의 작업용 통로 양 끝에서 조작할 수 있었다. 나무틀 안에 손을 넣은 채 당기지 않도록, 작업자는 긴 손잡이를 먼저 끼워 줬다. 한쪽만 먼저 풀면 가운데가 조이는 장치는 그대로였다.

이순신은 두 자리가 모두 보이는 낮은 둔덕에 섰다. 나는 한쪽 쇠턱 앞에, 작업자는 반대편에 섰다. 자청비는 내 옆에서 줄이 엉키지 않게 풀었고, 현지 일꾼이 작업자를 도왔다.

바리데기와 연은 사람들이 길목으로 들어오지 않게 바깥에 남았다.

“불을 들면 준비, 내리면 함께 뺍니다.”

이순신이 말했다.

나는 표지를 잡아 봤다. 보기보다 무거웠다. 나무쪽만 빼면 될 줄 알았는데 그 안쪽에 쇠로 된 턱이 물려 있었다.

“조금 들면서 당겨야 합니다.”

작업자가 반대편에서 외쳤다.

나는 그의 말대로 움직였다. 손목에서 힘이 빠지는 대신 어깨에 무게가 실렸다.

“됐습니다.”

이순신의 등불이 올라갔다.

내 앞의 나무틀 안에 마른 나무가 보였다. 실제 나무는 담 너머에 있었다. 같은 것이 두 자리에 보이니 눈이 아팠다.

자청비가 내 줄을 쓸어 넘겼다.

“발에 걸린 것 없어요. 그대로 빼요.”

불이 내려갔다.

나는 쇠턱을 들어 당겼다. 반대편에서도 나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가운데에서 팽팽하던 줄이 느슨해졌다.

작업자가 손을 들었다.

“빠졌습니다!”

내 쪽도 비었다. 이순신이 가운데 줄을 풀게 했다. 나무틀 안에 비치던 가지가 흔들리더니 사라졌다.

담 너머의 진짜 나무 하나만 남았다.

나는 빼낸 표지를 땅에 놓았다. 손가락을 펴니 손마디가 뻐근했다. 사람들을 같은 자리로 돌려보내던 장치가 멈췄다. 이제 원래 길로 나올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확인하러 가겠다는 사람은 오늘 갇혔던 젊은 사내였다.

“제가 아침에도 그 길로 갔습니다. 어디로 나와야 하는지 알아요.”

바리데기가 함께 걷겠다고 했다. 나는 두 사람이 출발하는 곳에서 기다렸다. 이순신은 반대편 출구가 보이는 쪽으로 이동했다.

사내가 마른 나무를 지났다.

우리 눈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잠깐 뒤 다른 쪽에서 이순신의 등불이 움직였다. 바리데기와 사내가 반대편 선착장으로 걸어 나왔다. 사내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돌아봤다.

“이쪽입니다!”

그가 외쳤다.

“원래 이쪽으로 나오는 겁니다!”

말은 단순했다. 그런데 물가의 사람들이 웃었다. 누군가는 고개를 숙여 한숨을 내쉬었다. 남색 치마를 입은 여자는 남편의 팔을 한 번 두드렸다.

나는 젖은 손을 바지에 문질렀다. 곁에 있던 연이 웃고 있었다. 나도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

길은 돌아왔다.

적어도 오늘 닫힌 이 길은 우리가 다시 열었다.

사내가 돌아오는 길에는 빨리 걷지 않았다. 마른 나무 앞에 멈춰 가지 하나를 주웠다. 그걸 들고 반대편까지 갔다가 우리 쪽으로 돌아왔다.

“길 찾으러 왔다가 장작도 얻었소.”

그가 내게 가지를 내밀었다. 나뭇가지 하나에 사람들이 웃었다. 방금까지 같은 나무가 무서웠는데, 이제는 손에 들고 흔들 수 있는 가지였다.

나는 가지를 받았다가 다시 그에게 돌려줬다.

“확인하신 분이 가져가십시오.”

사내는 그걸 허리춤에 꽂았다. 밖에서 기다리던 아이 하나가 달라고 손을 내밀자 바로 건넸다. 아이는 가지 끝으로 땅에 자기만 아는 길을 그렸다.

연은 그 아이가 사람들 발에 치이지 않도록 한쪽으로 자리를 옮겨 줬다. 그러고는 돌에 앉아 다리를 쉬었다. 나도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일은 문 하나만 고치면 좋겠습니다.”

내가 말하자 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 문은 고쳤잖아요.”

“다른 문도 있을 테니.”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었군요.”

나는 할 말이 없어 웃었다. 그때 작업자가 멀리서 우리를 봤다. 연은 그에게 앉을 돌이 남았다는 뜻으로 옆을 짚어 줬다.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았다.

아직 서로 쉽게 웃을 사이는 아니었다. 그래도 길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함께 보고 있었다. 나는 그가 물을 마실 동안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바리데기가 돌아오자 자청비가 따뜻한 물을 건넸다. 식당에서 가져온 물이었다. 바리데기는 두 손으로 그릇을 감싸고 잠깐 눈을 감았다.

“계속 그 나무만 볼 줄 알았어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웃었다.

“이제 한동안 나무 구경은 그만합시다.”

자청비가 나를 봤다.

“그 말은 내일 아침에 다시 해요. 지금 아무 약속이나 하지 말고.”

나는 그릇을 받아 천천히 마셨다. 뜨겁지 않은 물인데도 몸 안쪽이 풀어졌다.


작업자가 우리를 다시 불렀다.

그는 작은 공구 상자를 가져왔다. 안에 접힌 종이가 여러 장 들어 있었다. 일한 날짜와 받은 품삯이 적힌 종이 밑에 다른 기록이 있었다.

“이건 내놓으라고 할까 봐 안 보여 줬습니다.”

그가 말했다.

“상류에서 받은 작업 지시입니다. 나중에 말을 바꾸면 제가 했던 걸 증명하려고 남겼습니다.”

정도전이 종이를 받아 펼쳤다. 나는 옆에서 우리가 창고에서 본 세 홈의 그림을 알아봤다.

“이틀 뒤 밤.”

정도전이 날짜를 짚었다.

작업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 수문이 그때 다 맞춰집니다. 오늘 서쪽을 붙든 건 별개예요. 이걸 풀어도 상류 것은 멈추지 않습니다.”

나는 우리가 빼낸 표지를 돌아봤다. 저 위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가두려는 걸까. 종이에는 서쪽 나루보다 훨씬 넓은 물길이 그려져 있었다.

이순신이 나루와 상류 사이의 거리를 물었다.

“정상 물길로 꼬박 하루쯤입니다. 중간에 사공이 쉬어 가야 하고요.”

작업자가 답했다.

나는 내일 출발하면 닿을 시간을 셌다. 발부터 움직이려는데 사공이 주저앉아 젖은 신을 벗었다. 벌어진 발뒤꿈치에 천이 달라붙어 있었다. 내 신 안쪽도 따가웠다. 오늘 밤을 더 쓰자는 말은 꺼낼 수 없었다.

작업자는 종이 아래의 물높이 표시를 가리켰다.

“상류가 끊기면 여기 물이 다시 내려옵니다. 요즘 낮아진 채로 버티고 있었으니까, 낮은 집들은…….”

그는 끝말을 삼켰다.

나는 창고 앞에 달아 놓은 문을 봤다. 며칠 전 우리가 받친 판자와 사람들이 앉아 밥을 먹던 자리도 보였다. 물가에서 모두 가까웠다.

사람들을 가두던 길은 풀었다. 하지만 상류에서 내려올 물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저 집들을 비우라고 하면, 방금 안심하고 앉은 사람들이 어떤 얼굴로 나를 볼까.

정도전이 종이를 조심히 접었다.

“내일 밝으면 높은 곳부터 보겠소.”

이순신은 물길을 먼저 확인하겠다고 했다. 자청비는 주방에 남은 식량을 셀 생각으로 일어섰다. 바리데기는 연에게 밤새 머무는 사람 수를 물었다.

나는 일어나 그들 곁으로 갔다.

“내일 낮에는 배를 띄워야 합니다. 밤에 맞춘다면 그 전에 들어가야지요.”

정도전이 나를 봤다.

“이곳 사람들을 옮기는 일도 그때까지 끝내야 하오.”

나는 내가 고친 창고 문을 봤다. 문을 열면 짐을 놓을 자리가 있었다. 그 안을 누구보다 먼저 비워야 했다.

“제가 설득하겠습니다. 머물 곳부터 같이 마련해 주십시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지금 당장 꺼낼 수 있는 널과 빈 수레를 찾아 주방 뒤로 걸었다. 내일 누구보다 먼저 문을 두드릴 생각이었다.

End of episode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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