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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of Yuldo · Episode 14 · Korean original

같은 얼굴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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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original · English translation is not yet avail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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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서 먼저 나온 것은 동그란 먹자국이었다.

자청비가 종이를 펴자 가장자리에 작은 손가락 자국이 보였다. 글을 쓰던 옆에서 아이가 만진 듯했다.

윤석의 아내가 보낸 답이었다. 남편은 무사히 도착했고, 맡긴 돈과 부탁도 상인에게 전했다. 상인은 씨앗을 더 오래 보관하고 상태를 살펴 주기로 했다고 했다. 우리가 항구에 온 날부터 세어 마흔다섯째 날까지였다.

“집에 갔군요.”

나는 편지를 한 번 더 읽었다.

딸이 문밖에 나가 기다리다가 아버지를 보고 뛰어갔다는 말이 있었다. 붙들고 있던 손을 한동안 놓지 않았다고 했다.

자청비는 손가락 자국이 묻은 모서리를 접지 않았다. 종이를 말끔한 천 사이에 넣고 내게 보여 주었다.

“이제 밥 먹을 때 그쪽 걱정은 조금 덜 해도 되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편지를 받아 들었다. 아이의 손가락 자국을 피해 접는데, 윤석이 그때 받쳐 줬던 밥그릇이 떠올랐다. 돌아가서 듣겠다던 인사가 편지로 먼저 왔다.

그날은 우리가 구호 나루에 온 지 닷새째였다.

연은 아침 배가 빠지고 나서 내게 물자 목록을 가져왔다. 어제 물어본 수리 부품을 어디로 보냈는지 확인해 봤다고 했다.

“상류 본 수문으로 간대요. 그런데 제게 보여 준 목록하고 창고에서 옮긴 수가 달라요.”

그녀가 종이에 네모를 그렸다.

“나무 상자는 셋이라고 했어요. 들어간 건 다섯이고요.”

“잘못 셌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다시 물었어요. 이제 나루지기 허락 없이는 목록을 못 보여 준대요. 그런데 제가 받아 적을 숫자는 맞으니 그대로 쓰래요.”

연은 종이를 접지 않았다. 내가 보라는 듯 틀린 숫자 위에 손가락을 놓았다.

그녀가 건넨 종이를 받아 접었다.

“그럼 제 일도 조금 넓혀 보지요.”


창고는 물가에서 한 줄 안쪽에 있었다.

앞에는 짐을 내리는 큰 문, 뒤에는 수리하는 사람이 드나드는 작은 문이 있었다. 연은 뒤쪽 문이 보통 잠겨 있지 않지만 안에서 빗장을 거는 날도 있다고 했다.

“거기로 짐을 옮겨 봤어요. 계단이 낮아서요.”

“직접 들어가시려고요?”

“제 물자 목록이잖아요. 확인할 것은 물어볼 거예요.”

나는 뒷문을 가리켰다.

“목록은 연 씨가 물어봐 주십시오. 저는 저 안에 다른 출구가 있는지 보겠습니다.”

그녀가 지팡이로 계단을 짚었다. 둘이 나란히 지나갈 수 있는 폭은 아니었다.

분신 하나를 내 옆에 세웠다. 녀석이 내 말을 듣더니 큰 문 쪽을 봤다.

“네가 먼저 말 걸고, 내가 돌아본다?”

“아니다. 네가 앞에서 목록을 묻고 있어. 나는 연 씨와 뒤의 작업장을 본다.”

“앞에서 네 이름으로 욕을 먹어도 되나?”

“안 되도록 해 봐.”

나는 놈에게 접은 목록을 건넸다. 녀석은 조금 걸어가다가 일부러 어깨를 폈다. 내가 평소 저렇게 걷나 싶어서 연을 봤다.

그녀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돌렸다.

뒤쪽에는 작은 수리대가 놓여 있었다. 작업자가 짧은 쇠막대를 갈고 있었다. 연은 그에게 늘 하던 것처럼 상자의 수를 물었다.

“난 저 안의 것은 몰라. 여기 나온 것만 고쳐.”

그가 안쪽 문을 가리켰다. 문틈 너머로 열린 상자가 보였다. 그 안에는 낯선 쇠 부품이 있었다. 안쪽으로 홈이 세 줄 패어 있었는데 간격과 깊이가 제각각이었다.

나는 베껴 둔 표지의 모양과 비교했다. 이쪽은 단순히 방향을 가리키는 나무쪽이 아니었다. 뭔가를 끼우고 고정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연이 상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건 여기서 만든 거예요?”

“아니. 받은 걸 맞추는 거야.”

작업자는 다시 쇠를 갈았다. 더 묻자 깎을 부분을 표시한 선을 보여 줬다. 그가 받은 지시에는 그 선에 맞추라는 말만 있었다.

그때 앞쪽에서 내 목소리가 들렸다.

“제 손을 잡으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나는 몸을 돌렸다.


호위가 분신의 팔을 비틀고 있었다.

앞문까지 돌아갔을 때 다른 호위 하나가 문짝을 당겼다. 창고 안으로 사람을 밀어 넣고 닫으려는 모양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내 목소리에 두 사람이 동시에 돌아봤다.

분신이 그 틈에 몸을 틀었다. 팔은 빠졌지만 호위가 목록을 낚아챘다. 나는 문짝 사이에 발을 넣었다.

“물자에 대해 묻는다고 사람을 가둡니까?”

“자꾸 안으로 들어오잖아.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라는데.”

“안 들어갔다.”

분신이 내게 말했다.

“저 상자에 손도 안 댔다. 목록 보여 달라고 하니까 이랬어.”

호위 책임자가 나와 분신을 번갈아 봤다. 놀란 것은 잠깐이었다. 그는 가까운 분신을 버리고 내 쪽으로 손을 뻗었다.

나는 칼을 뽑지 않았다. 칼집을 가로 세워 팔을 밀고 안쪽으로 한 걸음 들어갔다. 뒤의 호위가 막대를 휘둘렀다. 분신이 빈 상자를 밀어 그 발을 막았다.

내 칼집 끝에 힘이 실렸다. 금 간 부분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끝으로 치지 않고 단단한 가운데 부분을 책임자의 손목에 걸었다. 잡아당기자 그가 균형을 잃었다.

분신이 뒤의 막대를 붙들었다. 둘이 서로 밀리는 동안 나는 책임자를 기둥 쪽으로 밀어 놓고 떨어졌다.

연이 뒤에서 외쳤다.

“작업장 문 열었어요!”

나는 분신의 어깨를 치고 그쪽으로 물러났다. 호위가 다시 달려들자 연이 문 옆에 세운 빈 운반대를 밀었다. 좁은 통로가 잠깐 막혔다.

그 사이 셋이 바깥으로 나왔다.

나는 등을 보이지 않은 채 거리를 벌렸다. 호위들은 창고 밖까지 쫓아오지는 않았다. 주변 일꾼들이 이미 우리를 보고 있었다.

책임자가 바닥에 떨어진 목록을 주웠다.

“이 일은 나루지기께 말씀드리겠소.”

“저희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내가 답했다.

손바닥이 따끔거렸다. 칼집을 고쳐 쥐자 끝의 금이 조금 더 벌어져 있었다.


우리는 주방 뒤에 앉았다.

분신은 자기가 앞에서 본 것을 짧게 말했다. 새 표지와 큰 쇠틀은 상류로 보냈고, 창고에는 아직 남은 부품과 개인 짐 몇 가지가 있었다고 했다.

“그 개인 짐은 어디에 있었어?”

“안쪽 작은 상자. 옷감으로 덮여 있었는데 문 열면서 벗겨졌어.”

나는 작업장에서 본 상자 위치를 종이에 그렸다. 분신이 내가 그린 상자 하나를 짚더니 기둥 반대쪽을 가리켰다.

“그건 여기였어. 네 쪽에서는 기둥에 가렸겠지.”

나는 고쳐 그렸다. 같은 창고를 보고도 서로 모르는 자리가 남아 있었다.

연이 지팡이를 무릎에 놓았다. 손끝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제 빗이 있었어요.”

나는 그녀를 봤다.

“아버지가 고쳐 준다고 가져가신 것 말입니까?”

“네. 작업장 문 여는 동안 안쪽 탁자를 봤어요. 빗살 하나가 짧고 손잡이에 흠이 있는 것. 제 거예요.”

연은 자기가 본 자리를 그렸다. 쇠 부품 바로 옆이었다.

“수리하려고 둔 것 아닐까요?”

내가 묻자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그럴 수도 있겠죠. 그래서 아버지한테 물어볼 거예요. 왜 거기 있는지, 왜 아직 돌려주지 않았는지.”

분신을 거두고 나자 내 팔에 피로가 한꺼번에 몰렸다. 나는 숨을 고르며 물을 마셨다. 연도 다리를 옆으로 뻗었다. 급히 문을 열고 뛰듯이 나온 탓에 아픈 모양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지금은 앉아 있으면 돼요. 아까는 문을 열어야 했고요.”

나는 옆의 빈 그릇을 치워 다리를 놓을 자리를 넓혔다. 연은 거기에 발을 올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나는 더 묻지 않고 그녀가 숨을 고를 때까지 기다렸다.

이순신과 정도전이 돌아왔을 때, 나는 싸움부터 말했다. 부품을 봤다는 기쁨 때문에 사람을 붙잡고 가두려 했던 일을 뒤로 미루면 안 될 것 같았다.

정도전은 우리가 다친 곳부터 확인했다.

“오늘 안에 직접 물어봅시다.”

하지만 나루지기는 늦게 돌아올 예정이었다. 상류로 떠나는 배의 줄을 확인하러 다른 선착장에 가 있었다. 정도전은 그에게 전할 말을 맡기고 다음 아침 함께 만나자고 했다.

“그동안 창고에는 다시 가지 마시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그린 그림은 숨기지 않고 서로 돌려 봤다. 세 줄의 홈. 안쪽으로 걸리는 쇠턱. 표지와 함께 상류로 보내는 새 물건들.

나는 그림 옆에 연의 빗이 있던 자리도 표시했다. 내일은 표지가 잘못됐다는 말만 되풀이하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

이순신은 창고에 있던 호위가 몇인지 물었다.

“저희가 본 것은 둘입니다. 작업자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 둘이 늘 이 나루를 지켰습니까?”

연이 고개를 저었다. 부품을 들여오면서 함께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여섯이 왔는데 넷은 먼저 상류로 갔다고, 짐을 셀 때 들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그림 구석에 짧게 표시했다. 아까 두 사람이 달려들 때 작업자는 망치를 내려놓고 벽에 붙어 있었다. 같은 창고에 있다고 같은 일을 맡은 것은 아니었다.

“내일 그 수리하는 분도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연이 물었다.

정도전은 그 사람에게 우리가 원하는 말을 하라고 시키지는 않겠다고 했다. 자기가 본 것을 말할 자리를 만들겠다는 답이었다.

금 간 칼집을 천으로 감았다. 내일은 그 작업자의 말도 들을 수 있을까. 나는 창고 그림을 마지막으로 살폈다.

연은 주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멈췄다.

“내일 빗부터 달라고 할 거예요.”

“예.”

“아버지가 고쳐 주는 건 좋아요. 그런데 제 것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제가 알아야죠.”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천천히 걸어갔다.

나는 접은 종이를 품 안에 넣었다. 아침에 받은 편지의 손가락 자국이 떠올랐다. 누군가의 손에 돌아가야 할 것이, 이 창고에도 있었다.

나는 내일 아침 나루지기를 만날 때 저 편지도 가져가기로 했다. 그의 표지를 따라갔던 사람이 돌아갔다는 증거였다. 그 표지 없이도.

연이 몇 걸음 가다가 돌아봤다.

“아버지가 싫어하실 거예요.”

나는 짐을 풀어 둔 창고를 봤다. 문을 고칠 때는 이런 얼굴로 마주 서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저를요?”

“아뇨. 우리 둘 다요.”

그녀는 그 말을 하고 주방으로 갔다. 나는 내일 밥을 어디서 먹게 될지 잠깐 생각했다가 종이를 더 단단히 접었다.

End of episode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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